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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예고편 : '연필 깎기의 정석'기타 2021. 2. 3. 09:00
책 소개합니다.
'연필 깎기의 정석'(데이비드 리스 지음, 정은주 옮김, propaganda 2013)
연필 깎기만으로 어떻게 한 권의 책을?
'정석'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같은 책을 머리에 떠올릴 것입니다. 심지어 요즘 고등학생들도 많이 본다고들 합니다. 도서관 신착도서 진열대에서 처음 이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연필 깎기에도 정석이 있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자가 외국 사람임을 보고는 원제목이 궁금해져 책을 펼쳐 보았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How to Sharpen Pencils'였습니다. 여하튼 제가 이 책을 열어본 것은 순전히 제목 때문이니, 책 제목의 번역이 성공적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때 첫인상은 '이런 것도 책으로 내놓다니, 기발하다!'였습니다. 나중에 헌책방에서 만나게 되어 집에 들였습니다.
정말 연필 깎기에 관한 책입니다. 이 책의 부제가 '문필가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목수, 기술자, 공무원 교사를 위한 장인의 혼이 담긴 연필 깎기의 이론과 실제'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저자가 실제로 연필을 깎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책 부록에 게재된 저자의 서비스 사이트는 www.artisanalpencilsharpening.com 입니다. 책 앞부분의 추천사에 "연필 한 번 깎는 데 12달러 50센터(2013년 6월 현재 저자의 서비스는 35달러를 받는다)를 지불할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연필 깎기의 정석, 데이비드 리스 지음, 정은주 옮김, propaganda, 2013, 9쪽)라고 적혀 있는데, 지금은 연필 포함 $100입니다. 해외 주문은 $120이고요.
연필 깎기만으로 어떻게 한 권의 책을 채웠을까요? 주머니칼, 휴대용 연필깎이 등 다양한 도구로 연필 깎는 법이 아주 상세히 잘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67쪽에 칼날 길이가 2.3cm인 외날 휴대용 연필깎이에 연필을 넣고 적당한 압력을 가하면서 한 바퀴 완전히 돌린 후의 일반적인 연필 길이에 관한 표가 실려 있습니다. 새 연필이 19.05cm이고 21바퀴 돌리면 18.65cm가 되며 이때가 그만두기 적당한 시점이라고 합니다. 86쪽에는 연필깎이의 손잡이를 돌리는 법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이제 손잡이를 돌리기 시작할 차례다. 적당한 속도로 차분히 손잡이를 회전시킨다.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약 0.8초가 걸리면 적당한 속도다. 일테면 수프를 저을 때와 비슷한 속도로 손을 움직이면 된다."(앞의 책, 86쪽)
이러한 기술적 상세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연필 깎기만으로 책 한 권 나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저자는 나머지를 기발함으로 채웠습니다. 연필 깎기 전에 해야 할 몸풀기 동작에서부터 연필 깎기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언급되어 있습니다.
추천사를 쓴 존 호지먼은 저자가 깎은 연필을 장인의 산물이라고 표현합니다.
"장인의 산물은 단순히 지위를 과시하고 자축하는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에요. 그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가 또 있거든요.
말하자면 그와 같은 수제품은 더욱 친밀하고 더욱 인간적인 경제활동을 가능케 합니다. 모든 음식, 가구, 옷, 사무용품 등을 '아는' 사람이 만들고 제작하고 다듬었던 시절로 돌아가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고나 할까요.
따라서 그런 제품을 구매하는 건 단순한 소비가 아닙니다. 거기엔 어떤 철학과 어떤 공동체를 지지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요."(앞의 책, 8쪽)저는 이와 달리 읽고서 약간 삐딱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실제로 연필 깎기 서비스를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 전체가 더 완전한 하나의 알레고리나 풍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우리가 값을 지불하는 가치라는 것이 이렇게 결정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각 연필에는 '뾰족함 인증서'가 동봉된다. 인증서에는 내 손으로 깎은 연필임을 증명하는 내용과 더불어 ‘뾰족한 연필은 위험한 물건이므로 주의해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경고문이 적혀 있다."(앞의 책, 27쪽)
만약 인증서가 없어져도 그 가격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깎이고 포장된 연필이 배달되어 올까 궁금해서 한번 주문해보고 싶기도 하네요.
연필 깎을 때 생기는 연필밥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연필 깎기 주문을 하면 연필밥을 정갈하게 비닐에 담아서 라벨까지 붙여서 보내준다고 합니다. 118쪽에 다음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 외날 휴대용 연필깎이에서 나온 띠 모양의 거친 연필밥 사용처
- 외날 회전식 연필깎이에서 나온 소용돌이 모양의 중간 연필밥 사용처
- 이중날 회전식 연필깎이에서 나온 먼지 같이 고운 연필밥 사용처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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