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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서가의 무용담 : 책 예고편 : '장서의 괴로움'
    인문 2021. 6. 11. 09:00

     

    책 소개합니다.

    '장서의 괴로움'(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14)

     

    장서가의 무용담

     

    비좁은 집에 비해 책이 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책 무게에 이층 방바닥이 내려앉은 이야기를 읽으며,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일본 목조건물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책 자꾸 사서 모으게 됩니다. 다 읽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하루는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는데, 여러 가지가 이유가 떠오르더라고요. 집 근처에 생긴 헌책방부터 시작해서 소유욕, 절판으로 인해 필요할 때 못 구할 것 같은 불안감까지 댈 수 있는 핑계는 많았습니다.

     

    만약에 집을 지으면 지하실을 도서관처럼 꾸며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공간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십수 년 전에 다다미 스물한 장 넓이 지하실이 달린 주택을 장만하면서 한동안은 '장서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독서환경을 손에 넣었으니 앞으로는 책 때문에 괴로워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엄청난 빚을 떠안긴 했지만). 그랬는데 결말은 이런 고약한 형국이다."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14, 19쪽)

    굳이 그 결말은 말씀드리지 않으셔도 짐작하실 수 있으시겠지요?

     

    , 떠나보내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이 책에 나오는 장서가들의 소장권 수는 저랑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지만, 해결책에는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역시 책은 팔아야 한다. 공간이나 돈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꼭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해 원활한 신진대사를 꾀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지혜롭게 만든다. 건전하고 현명한 장서술이 필요한 이유다. 초판본이나 미술서처럼 수집할 가치가 있는 책들만 모아 장서를 단순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 책이 너무 많이 쌓이면 그만큼 지적 생산의 유통이 정체된다. 사람 몸으로 치면 혈액순환이 나빠진다. 피가 막힘없이 흐르도록 하려면 현재 자신에게 있어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일단 손에서 놓는 편이 낫다."
    (앞의 책, 31쪽)

    책을 처분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용기'라고 합니다.(앞의 책, 34)

     

     

    그렇다면 몇 권 정도의 책을 소장하는 것이 적당할까요? 문학연구가 시노다 하지메는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필요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열어볼 수 있는 책이 책장에 5백, 6백 권 있으면 충분하고, 그 내역이 조금씩 바뀌어야 이른바 진정한 독서가"
    (앞의 책, 150쪽)

    그리고 시노다 하지메는 '5백 권의 가치'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책 5백 권이란 칠칠치 못하다거나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어지간한 금욕과 단념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실행하려면 보통 정신력으로는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는 듯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말로 올바른 독서가다."
    (앞의 책 150쪽)

    절대적인 책의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자 후기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원고를 집필하는 동안 여러 사람이 '장서의 괴로움'을 이야기했다. 심지어 내게 곤혹스러운 사정을 털어놓는 이도 있었다. 그리하여 어떤 사실을 알게 됐다. '책이 너무 늘어 걱정'이란 투정은 결국 자랑삼아 자기 연애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앞의 책, 235쪽)

    그래서인지 제게는 이 책이 장서가들의 무용담으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일본 헌책방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장서가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헌책방에 관심 있으신 분들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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